article id #224 categorized under 농땡이서울촌년 & written by 엠마엠마
5월 7일 18시 10분경,
교보타워 사거리 횡단보도 녹색불상태에서 길건너다 할배차에 발밟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 바보같이 나는 경황없이 병원 바로 안가고 연락처와 2만원만 받고 멀쩡히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 집에 와서 엄마,아빠랑 병원 응급실. 골절은 없었고, 염좌로 반깁스를 했다. 진단서는 못끊었고, 할배가 늦게 왔다.
- 당일 합의 하지 않겠다고했던 나는 치료비만 받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래저래 여차저차 하다가 엄마 아빠가 내 동의 없이, 나 없는 자리에서 할배한테 당일 치료비 10만원과 현금 30만원을 받고 합의서를 작성해서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내게 30만원을 쥐어주면서 깔끔하게 끝내자는 말을 했다. 보험처리 할거면 입원하래는데 뻔히 걸어가는거 봤는데 어떻게 입원을 하나. 난 내 돈으로 치료하기 싫단말이야!!!
- 나뿐만 아니라 다른사람들도 억울하고 억울해서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5월 8일 오전. 할배한테 전화해서 이건 내 동의 없이 한거고, 내가 도저히 납득을 못하겠으니 돈 돌려주고 보험처리 해달라 라는 요청. 근데 이 할배가 보험이고 자시고 닥치고 아빠랑 통화해야겠다며, 계속 아빠랑 통화하게 해달라고 한다. 안해주면 난 경찰접수들어갈거다 했더니 맘대로 하란다. 자긴 못해주겠대.
- 점심도 안먹고 경찰서로 고고싱. 생전 처음가는 경찰서. 얘기를 하니까 할배가 1시 반까지 온댄다. 기다렸다. 회사엔 좀 늦을거라고 말하고 기다렸다. 썅, 안온다. 11시 40분에 갔는데 2시까지 기다렸다. 그때 왔다. 그사이에 나는 경찰 아저씨한테 내 얘기를 들려줬는데, 합의서를 아빠가 작성해서 좀 어려울거 같다는 얘기와, 내 반깁스 한 발을 보고는 보험처리 해서 치료 하는게 낫겠다는 말을 들었다.
- 할배가 아빠랑 통화하더니 생각보다 순순히 보험처리를 해주겠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해줄테니 어제 줬던 30만원과 병원비 10만원, 그자리에서 준 2만원을 달랜다. 아무것도 안들고 나와서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 그 돈들을 들고 나왔다. 병원비 10만원때문에 내가 또 멍청하게 굴어서 언성을 높여버렸다. 쒸엣. 할배가 별 말을 다하더라. 새파랗게 젊은게 보험금 뜯어먹으려고 그런다고, 보험사 접수할때도 엄청나게 뭐라 했다나.
- 경찰아찌한테 겨우 사건 접수 들어가고, 진행 좀 되나 했는데 아 더디고 더디다. 회사에서는 왜 안돌아오냐고 난리났다고 연락은 계속 오는데 갈 수는 없고, 양쪽으로 머리가 빠개지는줄 알았다. 경위진술하는데 시간 백년걸리고, 할배는 진술서 쓰는데 백년걸리고. 시간이 계속 지나면서 회사에서 압박이 들어오고 여기 일은 마무리도 안되고. 보험처리만 확실하게 해주면 되는데 썅 자꾸 진행이 안된다. 할배는 계속 헛소리하고. 이래저래 경찰아저씨의 중재로 보험처리 하는걸로 끝내고 나왔다. 11시 40분에 들어가서 5시 15분에 나올 수 있었다.
교통사고가 난 뒤 바보같이 대응했던 내 잘못도 있지만, 내 의견을 무시한채 독단적으로 결정해 일을 꼬이게 만든 엄마, 아빠의 태도. 혼자서 그걸 뒤집어 보겠다고 한 나이많은 공무원 퇴직한 할배와의 싸움. 경찰서에서의 오랜시간 할애로 차질생긴 내 회사생활. 내 이틀은 너덜너덜하고 피폐한 나만 남겨놨다.
한 번에 해 결 할 수 있던 일을 이렇게 돌아서 처리해야 했고, 엄마아빠는 할배편처럼 일을 처리해버렸고, 할배의 행동과 말들로 인한 상처들과, 내 권리는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이 거지같은 상황들과, 피해자인 내가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건가 하는 서러움, 회사에서 주는 압박과 앞으로의 내 회사생활의 어려움을 생각하니 쌓이는 스트레스, 아픈 발, 치료를 받아야 할 스트레스 등등으로 내 이틀이 거의 피폐한 상태로 날아가버렸다.
그래서 그랬는지, 경찰서에서 나오자마자 난 정말 엉엉 소리내면서 울어버렸다. 너무 힘들었다. 아직 내가 혼자 감당하긴 어려웠던, 그런 일들.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로인해 바보스럽게 굴었던 내 행동들이 싫어서.
내 과실 없이 충분히 받을 수 있었던 것을 못받을뻔했다. 그마저 딸래미가 그래도 사고 난건데 골절없다고 별일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리 쉽게 끝내버린것도 서운했고. 말은 좀 뒤죽박죽이지만, 아무튼간에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