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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18시 10분경,
교보타워 사거리 횡단보도 녹색불상태에서 길건너다 할배차에 발밟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 바보같이 나는 경황없이 병원 바로 안가고 연락처와 2만원만 받고 멀쩡히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 집에 와서 엄마,아빠랑 병원 응급실. 골절은 없었고, 염좌로 반깁스를 했다. 진단서는 못끊었고, 할배가 늦게 왔다.
- 당일 합의 하지 않겠다고했던 나는 치료비만 받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래저래 여차저차 하다가 엄마 아빠가 내 동의 없이, 나 없는 자리에서 할배한테 당일 치료비 10만원과 현금 30만원을 받고 합의서를 작성해서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내게 30만원을 쥐어주면서 깔끔하게 끝내자는 말을 했다. 보험처리 할거면 입원하래는데 뻔히 걸어가는거 봤는데 어떻게 입원을 하나. 난 내 돈으로 치료하기 싫단말이야!!!
- 나뿐만 아니라 다른사람들도 억울하고 억울해서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5월 8일 오전. 할배한테 전화해서 이건 내 동의 없이 한거고, 내가 도저히 납득을 못하겠으니 돈 돌려주고 보험처리 해달라 라는 요청. 근데 이 할배가 보험이고 자시고 닥치고 아빠랑 통화해야겠다며, 계속 아빠랑 통화하게 해달라고 한다. 안해주면 난 경찰접수들어갈거다 했더니 맘대로 하란다. 자긴 못해주겠대.
- 점심도 안먹고 경찰서로 고고싱. 생전 처음가는 경찰서. 얘기를 하니까 할배가 1시 반까지 온댄다. 기다렸다. 회사엔 좀 늦을거라고 말하고 기다렸다. 썅, 안온다. 11시 40분에 갔는데 2시까지 기다렸다. 그때 왔다. 그사이에 나는 경찰 아저씨한테 내 얘기를 들려줬는데, 합의서를 아빠가 작성해서 좀 어려울거 같다는 얘기와, 내 반깁스 한 발을 보고는 보험처리 해서 치료 하는게 낫겠다는 말을 들었다.
- 할배가 아빠랑 통화하더니 생각보다 순순히 보험처리를 해주겠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해줄테니 어제 줬던 30만원과 병원비 10만원, 그자리에서 준 2만원을 달랜다. 아무것도 안들고 나와서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 그 돈들을 들고 나왔다. 병원비 10만원때문에 내가 또 멍청하게 굴어서 언성을 높여버렸다. 쒸엣. 할배가 별 말을 다하더라. 새파랗게 젊은게 보험금 뜯어먹으려고 그런다고, 보험사 접수할때도 엄청나게 뭐라 했다나.
- 경찰아찌한테 겨우 사건 접수 들어가고, 진행 좀 되나 했는데 아 더디고 더디다. 회사에서는 왜 안돌아오냐고 난리났다고 연락은 계속 오는데 갈 수는 없고, 양쪽으로 머리가 빠개지는줄 알았다. 경위진술하는데 시간 백년걸리고, 할배는 진술서 쓰는데 백년걸리고. 시간이 계속 지나면서 회사에서 압박이 들어오고 여기 일은 마무리도 안되고. 보험처리만 확실하게 해주면 되는데 썅 자꾸 진행이 안된다. 할배는 계속 헛소리하고. 이래저래 경찰아저씨의 중재로 보험처리 하는걸로 끝내고 나왔다. 11시 40분에 들어가서 5시 15분에 나올 수 있었다.
교통사고가 난 뒤 바보같이 대응했던 내 잘못도 있지만, 내 의견을 무시한채 독단적으로 결정해 일을 꼬이게 만든 엄마, 아빠의 태도. 혼자서 그걸 뒤집어 보겠다고 한 나이많은 공무원 퇴직한 할배와의 싸움. 경찰서에서의 오랜시간 할애로 차질생긴 내 회사생활. 내 이틀은 너덜너덜하고 피폐한 나만 남겨놨다.
한 번에 해 결 할 수 있던 일을 이렇게 돌아서 처리해야 했고, 엄마아빠는 할배편처럼 일을 처리해버렸고, 할배의 행동과 말들로 인한 상처들과, 내 권리는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이 거지같은 상황들과, 피해자인 내가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건가 하는 서러움, 회사에서 주는 압박과 앞으로의 내 회사생활의 어려움을 생각하니 쌓이는 스트레스, 아픈 발, 치료를 받아야 할 스트레스 등등으로 내 이틀이 거의 피폐한 상태로 날아가버렸다.
그래서 그랬는지, 경찰서에서 나오자마자 난 정말 엉엉 소리내면서 울어버렸다. 너무 힘들었다. 아직 내가 혼자 감당하긴 어려웠던, 그런 일들.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로인해 바보스럽게 굴었던 내 행동들이 싫어서.
내 과실 없이 충분히 받을 수 있었던 것을 못받을뻔했다. 그마저 딸래미가 그래도 사고 난건데 골절없다고 별일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리 쉽게 끝내버린것도 서운했고. 말은 좀 뒤죽박죽이지만, 아무튼간에 힘들었다.
졸려서 급 마무리. 아는게 힘이다. 모르면 바보되는 세상이다 요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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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사이에 너무 많은 일을 겪었고, 너무 많이 힘들었고,
그만큼 성숙 해 질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버거웠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으며, 금방이라도 쓰러질것같던.
그랬던 이틀이었다. 길고긴 이틀이 지나갔다. 지났다.
기댈 사람이 없었더라면 아마 무너지고 포기했을지도 몰랐던.
심신이 지치고 지쳐서 정말 금방이라도 바스라질거같았던.
우는것조차 힘들 만큼, 너무 힘들어서 다 귀찮아 할뻔 했던.
그래도 내 권리를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던.
지쳤던 마음에 또 한번 내 자신이 안타까워서, 또 안쓰러워서,
일이 마무리되었을때에 나는 '울음'이라는 쓰린 수단으로,
내 자신을 달래고, 고생했다고 어를 수 있었다.
이제서야 평온이 좀 찾아왔다. 즐기자. 이 평온을.
그리고 이제 내가 할 수 있는일은 힘내서 내 권리를 찾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