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아저씨   article search result : 1

얘는 우리집 희망이.



어릴때 옆집 슈퍼 아저씨가 길강아지를 대뜸 잡아다가 키웠었다. 이름은 그냥 '개'였다.
'개'는 전형적인 믹스견의 얼굴이었다. 둥글둥글하니 누런털을 갖고 있었다.
'개'는 아저씨를 잘 따르는 편이었고, 나는 나름 뛰어놀면서 슈퍼앞에 묶여있던 '개'를 보면 이뻐해주고 그랬다.

아저씨는 술에 취하면 좀 공격적으로 변했던걸로 기억하고있다.
아저씨가 술을 마시고 왔을땐 꼭 옆집이 시끄러웠고, '개'가 깽깽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아저씨의 술 마시는날이 늘어갔고, 대낮에도 취해있던 시간이 많아졌다.
그럴수록 나름 팔랑거리며 잘 놀던 '개'는 이상하게 자꾸 삐쩍 말라가더라.

언젠지 기억도 안나는 날 낮에, 나랑 내 친구들은 밖에서 뛰어놀고 있었고, '개'는 우리 뛰어노는걸 보고있었다.
언제나처럼 취한상태에서도 평상마루에 앉아서 막걸리를 마시던 아저씨는 '개야~' 하면서 개를 불렀다.
우리 노는걸 저만치 앉아서 보고 있던 '개'는 아저씨한테 쪼르르 달려갔는데, 이게 웬걸.
쪼르르 달려가면 아저씨는 왜 오냐면서 '개'를 발로 차버렸다. '개'는 저만치 굴러갔다.
 
충격이었다. 어린마음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그 귀여운 '개'를 발로 차다니. 왜그러나 싶었다.
그래서 나랑 친구들은 그걸 보고 급 놀래서 아저씨한테 왜 그러냐 그랬다가 되려 혼났었다.
그리곤 그 '개'를 장난감 취급하는 망할놈의 아저씨는 몇번을 더 그렇게'개'를 괴롭혔고.

그리고 몇분 후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충격적이었던 장면이었다.
아저씨가 좀 잠잠해졌을때 '개'는 아저씨한테 뽈뽈뽈 걸어가서는 아저씨 다리에 머리를 부볐다.
'개'는 주인이 자신을 아프게 하더라도, 자신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이내 다시 주인에게 돌아간거다.
그때는 '개'가 발로 채였다는게 너무 불쌍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주인에게 다시 돌아갔던 모습이 더 마음이 아리다.
어쨋든 주인이니까, 그래서 그랬던거였을까 싶고. 그래도 자기를 사랑해준다고 믿고 싶었던걸까.

'개'는 아저씨가 몇날 몇일 괴롭혀도 항상 똑같았다.
'개'는 항상 괴롭힘 당하고는 이내 아저씨한테 앵겨댔다.
멍멍이가 참.. 그런가보다.

'개'는 얼마 안있어 아저씨 손에 의해서 개장수한테 팔려갔다.
그때의 '개'는 자기가 팔려가는줄 알고 있었나보다. '개'도 엄청 울었고 나도 같이 울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했던 '개'의 모습을 지금도 눈앞에서 그릴 수 있을거 같다.
나쁜 슈퍼아저씨. 또 생각하니까 밉다.

어린날 기억에 남아있는 불쌍했던 '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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